북한에서 옥수수는 '밭곡식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인민들의 주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옥수수가 서서히 주곡물의 위치에서 밀려나고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옥수수를 장려하기 시작했으니 약 70여년 동안 주민들의 식량자원으로 자리매김했었는데, 북한은 이제 옥수수 대신 새로운 곡물 심기를 장려하고 있다. 그 대체 작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밀과 보리다.

북한에서는 전통적으로 벼, 옥수수가 식량작물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옥수수 심기를 강조하면서 재배면적이 벼, 옥수수에서 옥수수, 벼로 바뀌었다. 물론 전체 곡물의 생산량은 벼가 아직도 절대적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옥수수의 재배면적이 점차 줄어들었고 감자, 밀 등의 재배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감자혁명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감자생산에 진력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매년 100만t 정도의 식량이 부족하다.

이러한 여건에서 북한은 최근 밀과 보리를 장려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김정은은 2021년 9월 최고인민회의 14기 5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농작물 배치를 대담하게 바꾸어 벼와 밀, 보리농사로 방향 전환을 요구했다. 그해 말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4차 전원회의에서는 '새시대 농촌혁명'이라는 강령을 발표하면서 알곡생산구조를 바꾸자는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즉, 농업부문에서는 과학농사가 필요하다면서 그것을 위해 알곡생산구조 변경, 콩, 감자 등을 저수확지에서 증산노력, 농업생산에서 과학화, 정보화, 집약화를 하고 농촌경리를 위해서 수리화, 기계화, 과학화, 전기화 확대, 또 새땅찾기, 간척지 개간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 강령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 알곡생산구조 변경이다. 벼, 옥수수, 감자 중심에서 벼와 밀, 보리 농사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러한 선언 이후 북한은 경작지를 넓히고 밀과 보리를 심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4년에 북한은 알곡생산구조를 벼, 밀, 보리농사로 전환해 대변혁을 이루었다고 평가했고 2025년에도 전국적으로 밀 재배면적이 2024년도에 비해 123% 늘어났고, 6월에 이미 밀, 보리 수확이 85%에 달한다면서 올해도 대풍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책의 변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양이다.

알곡생산구조 변경 추진 이후 경지면적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보리, 밀 재배지를 적극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옥수수 소출량이 낮은 곳이나 새로운 경작지를 중심으로 밀, 보리를 심고 있고 심지어 논도 밀 재배지로 바꿀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곡물경작지가 2021년 191만㏊, 2023년 193.3만㏊으로 늘어났고 재배면적도 그에 따라 증가했다. 곡물별 재배면적의 증감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생산량의 변동사항을 보면 쌀은 2021년 216만t, 2023년 211만t, 2024년 215만t으로 그렇게 큰 변동은 없고 옥수수는 2023년 170만t에서 2024년 161만t으로 약간 줄어들었고 보리, 밀 등의 맥류는 2023년 22만t, 2024년 28만t으로 증가의 폭이 크다. 보리. 밀의 생산량의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생산량 기준으로 본다면 알곡생산구조 변경은 상당하게 진척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북한의 알곡생산구조 변경이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이르다. 장기적으로 보면 종자개량이나 지력 약화를 막아 줄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또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토질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일 작물 재배를 강조하는 것도 곡물 생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런 것은 외부와의 기술협력이나 농장의 작물선택권의 확대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문이다. 한마디로 근본적인 원인인 체제의 문제는 외면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 변화만으로는 한계성이 있다.

문장순(통일과 평화연구소장)
문장순(통일과 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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